옴니보어(Omnivore): 2025년 소비트렌드의 핵심

옴니보어란 라틴어로 '모든 것을 먹는 자'를 의미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가지고 기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지칭하는 핵심 트렌드다.
옴니보어의 개념과 정의
옴니보어(Omnivore)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Omni-'는 '모든' 또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영어로는 'all' 또는 'everything'으로 해석된다. '-vore'는 '먹다'라는 의미의 접미사로, 풀을 의미하는 'herb'에 'vore'를 붙인 'herbivore'가 초식동물을 의미하는 것처럼, 원래는 잡식성 동물을 지칭하는 생물학적 용어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학과 마케팅 분야에서 옴니보어라는 용어는 훨씬 더 확장된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제시한 첫 번째 키워드로 선정된 옴니보어는 특정한 틀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찾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문화적 옴니보어 이론의 배경
옴니보어라는 개념의 학문적 토대는 피터슨(Peterson)과 그 동료들이 제기한 '문화적 옴니보어(Cultural Omnivore)'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이론은 특정 사회의 상류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그들의 계층에 속하는 엘리트 문화예술 장르뿐만 아니라 하층 장르에까지 폭넓은 선호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2025년 현재의 옴니보어 개념은 단순히 사회적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 세대, 성별, 소득 등 기존의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의 다원성과 독립성이 시대의 특징이 되었다.
옴니보어 소비자의 특징
옴니보어 소비자들이 보이는 특징을 분석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주요 패턴들을 발견할 수 있다.
1. 인구학적 경계의 해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의 인구학적 전형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브랜드를 이제는 거리낌없이 40·50대도 자연스럽게 즐기며, 성별에 의한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 중 54.4%가 여성이며, 이는 전년보다 3.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실제 사례: 패션 브랜드 '던스트'
던스트는 품목에서 남성 재킷, 여성 셔츠 등 성별 구분을 지우고 대신 XS, S, M, L, XL 등 사이즈로만 구분한다. 오버핏을 원하는 여성은 라지(L) 사이즈를, 슬림핏을 원하는 남성은 스몰(S)이나 미디엄(M) 사이즈를 입게 되면서 성별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2. 하이브리드 소비 패턴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고급제품과 저렴한 제품을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혼합해 소비한다. 이는 MZ 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하이엔드 제품과 저렴한 제품을 혼합하여 소비하는 패턴을 보인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거액을 소비하는 '요노족'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3. 경험 중심의 소비
패키지여행보다는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자유여행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실행하며, 이러한 소비는 더 이상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남들과 같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 확신의 표현이다.
옴니보어 트렌드의 사회적 배경
옴니보어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사회적 변화가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라이프사이클의 변화
2025년 대한민국은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순차적 인생 모형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 결혼, 육아 등의 주요 생애 과업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각각 달라지고 있으며, 10대 사장님, 60대 대학원생이 나타나는 등 노동과 배움의 시기를 구분 짓지 않게 되었다.
라이프스타일의 다변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인구학적 전형성은 점점 옅어지며, 자신의 개성과 관심을 기반으로 확고한 취향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옴니보어 시대의 마케팅 전략
옴니보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접근법은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세그먼테이션의 재정의
옴니보어 시대의 잠재 고객은 인구학적 세그먼트로 쉽게 정의되지 않으며 특정 채널로 한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가치·취향·기분·상황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활용해 소비자를 면밀히 정의해야 한다.
혼수 냉장고 마케팅의 새로운 접근법
연령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 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첩장을 주문한 사람,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 새로 가입한 사람, 입주 이사를 알아보는 사람 등 같은 세부적인 상황에 근거해 타깃을 '추론'해야 한다.
COG(Center of Gravity) 전략
옴니보어 시장에서는 포괄적인 인구학적 기준의 세그먼트 대신 소비자가 남긴 흔적을 통해 타깃을 찾는 개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COG(Center of Gravity)는 무게중심을 의미하며, 무게중심에 해당하는 코어 타깃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이들을 통해 다른 잠재 고객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
옴니채널 전략의 중요성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쇼핑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한다. 빠른 배송과 원활한 재고 관리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옴니채널 전략이 필수적이다.
옴니보어 현상의 구체적 사례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키자니아가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 '키즈 아니야'를 열고 승무원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옵니보어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령에 의한 고정관념을 깨고 어른들도 어린이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학교육의 변화
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혹은 퇴직 후에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옴니보어 트렌드의 교육 분야 적용 사례다.
29CM의 콘텐츠 마케팅
29CM는 '위클리 에세이' 콘텐츠를 통해 임진아, 김규림 등 MZ세대 사이에서 화제인 유명 작가 11명의 글을 연재했다. 쇼핑몰이라는 낯선 연재처가 무색하게 해당 에세이들은 누적 조회 수 85만 회를 넘었고, 3천여 건 이상의 사이트 주문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콘텐츠를 통한 옴니보어 소비자 유입의 성공적인 사례다.
문화산업에서의 옴니보어 현상
문화 영역에서의 옴니보어 현상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라북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9개 예술 분야의 향유실태를 분석한 결과 소극적 옴니보어 문화향유의 평균값은 2.08개였으며, 적극적 옴니보어 문화향유의 평균값은 0.45개였다.
흥미로운 점은 소극적 옴니보어 문화향유율은 소득 및 학력수준에 비례하는 특성을 보였지만, 적극적 옴니보어 문화향유율은 소득수준에 비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득이 증가할수록 적극적 옴니보어 문화향유율이 낮아졌다. 이는 문화향유 정책대상을 사회복지 정책대상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옴니보어 트렌드의 미래 전망
옴니보어 트렌드는 단순히 새로운 키워드가 아니라, 우리가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트렌드는 소비자와 마켓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제 "누구를 대상으로?"에서 "개인이 무엇을 원하는가?"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옴니보어 트렌드는 소비자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가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며, 정형화된 상품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브랜드들은 기존의 틀을 깨고 전혀 다른 분야와 협업하여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며 이종 결합(크로스오버)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옴니보어 시대의 핵심 통찰
옴니보어는 2025년을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소비의 기준이 되는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이는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를 넘어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기업과 마케터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여 보다 개인화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비 결정을 내리며, 이는 곧 우리 사회가 더욱 포용적이고 다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